투자했다가 빚더미, 덕은지구 지식산업센터의 비명

- 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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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추천물건 지식산업센터가 화제입니다. 2~3년 전만 해도 블루칩으로 불렸는데, 지금은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오늘 가 볼 곳은 덕은지구입니다.
관리비만 매년 600만 원… 공실 지옥 이어져
덕은지구 지식산업센터 간판, GL메트로시티한강은 투자자들의 무덤이 되었습니다. 한강뷰를 독점하고 있는 시설입니다. 외관으로는 대기업 사옥 못지 않습니다. 4층에 한강뷰 커뮤니티, 헬스장도 있죠.
여기는 2024년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전체 832실을 공급했고, 분양도 다 마쳤죠. 그런데 입주율은 35% 내외에 불과합니다. 거래도 거의 없다시피하죠. 우편함에는 전단지나 관리비 고지서만 꽂혀 있습니다.
관리비 부담도 어마어마합니다. 80평대 사무실이 지금 공실인데 2월 관리비가 50만원 후반입니다. 1년에 600만 원이 넘는 돈이 허공에 날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제발 이자랑 관리비만이라도…" 쏟아지는 최저가 월세
“지식산업센터는 기업 등 사업자가 분양을 받았어야 하는데요. 투자자들 대부분이 전매를 통해서 단기 시세 차익을 거두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권일 리서치팀장(부동산인포)
‘입주 전에 프리미엄 받고 나가야지’라는 꿈을 꿨던 투자자들은 벼랑끝에 서 있습니다. 대규모 미분양으로 인해 매수세는 뚝 끊겼습니다. 웃돈 주고 지식산업센터를 사 줄 수요가 없습니다.
“찾는 분이 거의 없고… 매매도 잘 안되고 있어요. 물건은 많이 나와 있고요. 월세나 한두개 정도 나갈까… 거의 매매는 아예 안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현지 공인중개사 B
월세 가격만 봐도 상황의 심각성이 보입니다. 지금 나온 19평 월세는 기본 450에 45만원이죠. 원래 2억 400만 원 정도로 분양했던 타입입니다. 이걸 분양받을 때, 분양대금의 80%를 3.5%로 대출받았다고 치면, 월 이자만 47.6만 원 정도 됩니다.
이게 무슨소리냐면, 수익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들어와서 이자랑 관리비만이라도 내달라는 얘기입니다. 이것도 버틸 수 있는 사람들 얘기지, 마이너스피, 계약금포기 매물도 수두룩합니다.
“조금씩 다 다르기는 한데요. 계약 포기도 좀 나오고, (소형기준) 마피도 1,000~2,000만원으로 다양하게 나오고 있어요. 그쪽(11블록, 10블록)에도 지금 입주 더러 했는데도… 거기서도 물건이 나오죠. 아직 많이 입주민이 들어오지도 않고.” – 현지 공인중개사 B
우후죽순 지식산업센터, ‘11개 업무용지 중 9곳’
원래 덕은지구는 이렇게 망할 동네가 아닙니다. 전화번호도 02를 쓰는 사실상 서울이죠. 상암, 가양, 마곡이 다 가까운 좋은 입지입니다. 아파트에는 이만한데가 없죠. 지식산업센터는 아니라서 그렇지.
“(덕은지구) 아파트가 워낙 불이 붙었는데, 가격은 많이 높아진 것 같으니, 부동산 경기는 계속 갈 것 같고. 그때만 해도 금리도 낮고 유동성도 풍부했기 때문에 다른 거를 기웃거리게 된거죠.” – 이승훈부동산연구소 이승훈 소장
제일 큰 문제는 역시 공급입니다. 지독하게도 짓습니다. 11개 업무용지 중에 9곳에 지식산업센터를 세웁니다. 그 와중에 GL메트로시티한강은 고작 두 번째 단지입니다. 이미 두 번째 단지에서 수요는 한계를 맞이했는데, 공급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입지거품 드러난 덕은지구… 열악한 대중교통
“(덕은지구는 특히) 교통이 좀 엉망이니까 지금. 자차는 물리적인 거리 현황과 가까우니까 상관없는데, 대중교통이 있어야 돼요.” – 이승훈 소장(이승훈부동산연구소)
덕은지구는 입지 거품도 슬슬 드러나고 있습니다. 자유로를 타고 압구정에서 나오시는 대표님이나 덕은지구에 집이 있는 임원님들은 아주 편하겠죠. 하지만 직원들은 출퇴근 자체가 죽을맛입니다.
“지산이 결국은 회사들인데, 회사들의 직원들이 출퇴근이 편해야지만 사무실도 얻고 싶어 할 텐데, 배차 간격도 워낙에 넓고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보니까 아예 들어갈 생각들을 안 하는 거죠.” – 이승훈 소장(이승훈부동산연구소)
믿을 구석은 딱 하나, 대장홍대선입니다. 추진속도가 꽤 빠르긴 한데, 아직 착공도 못했죠. 예상 개통시기는 2031년입니다. 투자자들이 앞으로 6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요? 버틴다 쳐도, 6년 뒤에도 덕은지구 지식산업센터들이 여전히 매력적인 오피스일까요?
“아마 가격이 올라가기는 힘들 것 같고, 관리비라도 낼 수 있는 임차인이 좀 들어오긴 하겠죠. (그것도) 오랜 시간 걸리고, 가격이 올라갈 때 까지는 정말 하세월이다(라고 봅니다.)” – 이승훈 소장(이승훈부동산연구소)
오피스 지어놓으면 회사 온다? 실체 드러난 헛된 믿음
지식산업센터 자체도 글렀습니다. “빈 땅에 오피스를 잔뜩 지어놓으면 회사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근간으로 하고 있죠. 양봉장 근처에 빈 벌집 쌓아놓으면 벌떼가 몰려와서 꿀 쌓는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산이 처음에 하셨던 분들은 돈을 벌었으니까… ‘이렇게 돈 벌었다고 하더라, 돈도 조금밖에 안 들어간다더라, 대출도 90% 해준다더라’ 이러니까… 소액으로 누구라도 하고 싶죠. 결론적으로는 엄청난 실수지만 그때 당시에는 분위기가 그랬죠.” – 이승훈 소장(이승훈부동산연구소)
지식산업센터로 돈이 몰린 이유는 결국 주택규제입니다. 대출도 많이 나오고, 주택수에 포함도 안되고, 분양권 전매도 된다고 하니 너도나도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들었죠.
‘부동산 실투자금 2천만 원’은 문제가 생겼을 때 주식처럼 2천만 원만 포기하면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처분하기 전까지 소유자의 등 뒤를 이자, 관리비, 세금이 계속 따라다니죠. 지금은 이 점을 생각하지 않고 트렌드를 쫓아 투자한 대가를 치르는 시간입니다.
“고금리, 그 다음에 공급과잉, 경기침체 이 정도… 세 가지로 꼽을 수 있겠는데요.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금융 비용이 1.5배에서 한 2배 정도 오르자 이제 멘붕이 온 겁니다.” - 권일 리서치팀장(부동산인포)
시황은 심각하게 악화됐습니다. 버티지 못한 매물은 경매로 쏟아지고 있죠. 거래량은 있을리가 없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시장에 투자자들의 비명만 남았습니다.
결국 돈줄까지 끊겨… 탈출 기회 올까
이제 돈줄도 끊겼습니다. 금융권이 관리에 나섰죠. 임대목적으로 분양 받은 사람한테는 대출 안줍니다. 중도금 대출 연장도 거부되고 있습니다.
시행사도 지금 벼랑끝입니다. 생명줄인 미분양 담보대출이 전면 중단됐죠. 시행사와 시공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지식산업센터, 지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제는 덕은지구만의 얘기도 아닙니다. 아무쪼록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한줄평으로 마치겠습니다.
“들어갈 땐 함께, 나올때는 알아서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