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텅텅 빈 지식산업센터 상가 ‘초토화’

- 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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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상가가 가득 차면서 차차 활기가 돌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겼던 가게도 금방 없어지고 점점 더 삭막해지기만 하네요”
12일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 지식산업센터 광양프런티어 밸리 5차 앞에서 만난 김은희(43)씨는 텅 빈 상가를 나서며 이같이 말했다.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기대도 컸다. 하지만 분양된 지 수년이 흐른 지금, 현실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식산업센터별로 최소 50여개에서 많게는 300여개의 임대 매물이 올라와 있다. 즉시 입주 가능한 공실부터 급매 매물까지 다양하다.
옥길지구 내 지식산업센터 1층 상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일부 큰길과 접한 ‘서영아너시티’와 ‘골든IT 지식산업센터’의 일부 상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점포가 비어 있다. 문을 연 곳도 많지 않다. 부동산 중개업소, 저가 커피 전문점, 분식집이 몇 곳 운영될 뿐이다.
일부 가게는 영업을 중단한 흔적이 역력했다. 간판이 달려 있고 내부 집기가 남아 있지만, 불이 꺼진 채 장기간 방치된 곳도 여럿 보였다. 문이 굳게 닫힌 상가 앞에는 임대문의 전화번호가 적힌 안내문이 덧붙여져 있었다.
“지식산업센터 입주자들만으로는 상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요. 도보 10분 거리에 주거지와 중심상권이 있어서 유동인구가 분산되다 보니, 입점했던 가게들도 오래 버티기 힘든 상황입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점심시간에도 상가 앞을 지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상가 공실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지식산업센터 입주자들만으로는 상권을 유지하기에 수요가 부족한 데다, 도보 10분 거리에 주거지와 중심상권이 형성돼 있어 유동인구가 분산되는 경향이 크다”며 “이로 인해 입점했던 가게들도 장기간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역 인근의 GIDC 지식산업센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A·B·C동 총 1200여실 규모의 대형 지식산업센터지만, 1층 상가의 절반 가까이가 비어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하반기부터 입주가 꾸준히 늘면서 공실률이 낮아졌다”고 했지만,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확인된 임대·매매 매물은 이날 기준 900여개를 넘어섰다.
공실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는 고양 향동지구가 꼽힌다.
올해 상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된 향동지구 지식산업센터는 총 4000여실이 공급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매매 수요가 급감했고, 지식산업센터별 공실률은 30%에서 많게는 70%까지 치솟았다.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계속해서 침체 국면을 보이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플래닛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거래량은 672건, 거래금액은 25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분기(958건) 대비 거래량이 29.9% 감소한 수치이며, 거래금액 역시 39.8% 줄어들며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이번 실적은 최근 5년 중 가장 저조한 수준으로, 2022년 4분기(763건, 2937억원)보다도 더욱 부진한 결과다.
공실률이 높은 수도권과 일부 지방 단지에서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급매물을 내놓으며,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나오기도 한다.
장기간 공실이 이어질 경우, 수분양자들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며 신용불량의 위험에 직면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과잉 공급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이 더욱 악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곳곳에서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급증했지만, 실질적인 기업 수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개발이 진행된 결과”라며 “공실이 장기화되면 상가 활성화도 더욱 어려워지고, 결국 유령도시처럼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유진 기자 pyj@viva100.com